절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 일이 있어 부산에 있는 한 절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스님의 법어를 들었는데 두 가지 단어를 새로 배웠다.

무상. ‘인상사 무상하다’고 하면 무상을 ‘허무하다’고 이해하는데 무상은 허무함이 아니고, 상이 없다 즉 모든 만물은 고정된 형태 없이 변한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인간은 몸의 형태를 바꾸며 죽기도 하고 그런다고. 제행무상이 그래서 그런 뜻이었구나 싶었다.

양구(良久)라는 용어를 배웠다. 양구는 질문을 하면 답변이 올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하셨다. 내가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을 받은 이가 나에게 답변을 주기까지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고 하는 것을 다 포함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자리는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그리하여 양구라는 용어는 고인을 추모하는 경에 나와 있는 용어였다. 다시 말해, 양구는 고인에게 나의 말을 전달하고, 나의 질문을 전달하고 그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그 답을 듣지는 못할 것이고, 그리하여 양구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자 내가 던진 질문을 끊임없이 자문자답하고 또 자문자답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인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대답도 결국 내가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애도이지 않을까… 그리하여 무상은 그래도 들어본 적 있는 용어인데, 양구라는 용어가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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