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고양이의 적응기

ㄱ.

거칠 것 없는 보리 고양이는 밤에 잠들 때면 꼭 제 몸 위에서 우다다를 합니다. 꾸에. 침대에서 하면 양호한다, 어차피 침대는 1인용이라 침대에서 하나 몸에서 하나 거기서 거기지만, 주로 몸 위에서 날뛴다는 게 문제. 그래서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보리가 발뛰어서 잠에서 깰 때가 많다. 자주 깬다. 그리하여 다음날이면 헤롱헤롱.

ㄴ.

보리와 바람이 서로 어느 정도 적응한 다음 새벽마다 생기는 현상은 우다다. 우다다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깨면 어김없이 5시 20분. 방에서 마루로, 마루에서 방으로 거침없이 보리는 달리고, 보리가 달리니 당황하거나 도망가느라 바람도 우다다 달린다. 물론 바람은 좀 살살 달리지만 보리는 정말이지 거칠 것이 없다. 어딜 부딪히건 말건 달린다. 너무 날뛰에서 결국은 보리를 붙잡고 “님, 자제염!”을 외치지만 이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자제를 요구하는 게 괜찮은 것만은 아니니까. 고양이는 집사의 성격을 닮는다는 말이 있던데, 날뛰던 보리가 어느 날 하루 종일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이것도 기쁘지는 않겠지. 그럼에도 예정보다 40분 정도 더 일찍 일어나니, 하루 종일 헤롱헤롱.

ㄷ.

화장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보리 고양이를 그렇게 혼을 내도(혼을 내서 버릇을 고친 집사님, 도대체 어느 정도 혼을 내야 바뀌나요? 노하우 좀 전수해주세요.. ㅠㅠ) 뻔뻔하게 들어간다. 결국 내가 취한 방법은 화장실 청소 세재를 베이킹소다로 바꾸는 것. 검색하면 청소하는 방법이 후두둑 쏟아지겠지만, 뭔가 꿍쳐둔 노하우 있나요?

ㄹ.

화장실과 함께 주방 싱크대에도 마구마구올라갈 궁리를 하고 있다. 이것 역시 혼내지만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아서 아예 방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싱크대 끝에 종이를 덧대어서 올라가기 난감하고 올라가도 바로 떨어지도록 한 것. 이것으로 버릇을 고칠 수 있어야 할 텐데.

ㅁ.

며칠 전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는데, 보리를 접한 병원 의사와 간호사 모두 예쁘다고 난리였다. 한 분은 보리의 배 무늬가 뱅갈고양이 같다고. 우후후.

바람과 보리 고양이, 사진

D님께서 블로그에도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시어, 구플에 올린 것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올려요~

촬영은 타이밍!

*이 사진은 E가 찍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자는 모습.

집사는 자신의 고양이를 이렇게도 만듭니다. 😛

사진 찍는데 들이밀면 참 예쁜 장면이 나오죠. 흐

비닐봉투에 들어가서 노는 모습

들이밀자!

극적인 풍경!
… 사실 스팀청소기로 청소를 하는데 그 소리를 싫어하는 보리가 기어이 바람 곁에서 버티는 모습. 흐흐흐.



오랜 만에 바람 단독!

보리 고양이 이야기

ㄱ.
며칠 전 보리를 어깨에 올리고 돌아다니다가 거울을 봤는데, 보리가 거을 속 자신을 향해 하악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으하하. 귀여워라.


ㄴ.
보리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 둘.

첫째,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그곳에 와서 소변을 본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상당히 빈번한 일이다. 바람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일 뿐만 아니라, 바람이 화장실에 가면 그때도 난 숨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다.

둘째, 어깨에 보리를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물그릇을 갈아주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물그릇을 어깨에 있는 보리에게 내밀었다. 보리는 간을 보더니 열심히 물을 마셨다. 오오, 이 놀라운 풍경이라니!


ㄷ.
등반을 좋아하는 보리는 내가 설거지라도 하고 있으면 발에서부터 어깨까지 타고 오른다. 그 다음은 꽤나 오래 머문다. 등반냥은 오랜 만이라 좋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등반할 때 발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치기 싫은 나는 이 더운 날, 발톱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의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낸다. E는 자주 등반하는 보리의 발톱에 상처를 입는다. ㅠㅠ

그나저나 지금이야 가벼우니 등반을 해도 괜찮지만 성묘가 되어서도 등반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것대로 귀엽겠지만 목에 디스크가 생길 것 같은데.. 끙…


ㄹ.
내게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인간음식도 무척 탐했다. 하지만 인간의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으로 지금은 좀 덜 하다. 여전히 밥을 먹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냐면 밥을 차린 테이블에 올라와선 음식에 무조건 킁킁. 근데 이게 음식을 안 가린다. 어떤 날은 튀김을 집중공략하지만 어떤 날은 나물을 공략한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많이 탐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보리를 밀어내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을 때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건 중요하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는데, 호두가 생겨서 호두를 먹는데 이것도 달라고 앵앵. 그래서 작게 잘라서 줬더니 몇 반 핥고 나선 무관심하더라는 뻔한 이야기.


ㅁ.
혹시나 해서 바나나를 내밀었는데 보리도 격하게 거부하며 피한다. 왜일까? 바람이 아깽이던 시절, 같이 있던 다른 아깽이도 바나나를 내밀면 입을 쩌억 벌리면서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거부했다. 바나나에 고양이가 싫어하는 무슨 냄새가 있는 걸까?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