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이…

오늘은 두 편의 원고를 제출하고, 내일 있을 강의안을 작성해야 한다. 지난 토요일까지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어제 밤에야 한 편의 초고를 썼고 다른 하나는 오늘 써야 한다. 강의안도 오늘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함정은 저녁 5시까지 알바고, 저녁 6시부터는 회의가 있다는 것! 후후후. 나는 과연 이 모든 걸 할 수 있을까? 두둥! 여기서 또 다른 함정은 원고 하나의 마감은 저녁 5~6시고 다른 하나의 마감은 12시. 후후후.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
이 상황에서 뭔가 촉박하고 초초한 느낌이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뭔가 재밌고 즐거운 기분이랄까. 다른 말로 ‘포기하면 편해’와 같은 상태다. 우후후. 그래, 포기하면 편해. 후후후.
암튼 이런 상황이라 블로깅은 대충 넘어가는 걸로.. ^^;;

글쓰기 세미나

다음주에 (반드시 학과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학과 사람 뿐일 거라)학과 사람과 함께 하는 글쓰기 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학과 사람들과 무엇을 나눌까 고민하다가(여기엔 많은 다른 배경이 있지만, 훈훈한 에피소드로 조작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글쓰기와 자료찾기’를 키워드로 2시간 가량의 세미나 자리를 열겠다고 했다. 이 세미나를 기획했을 때 내가 떠올린 집단은 이제 1학기이거나 2학기인 분들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어떻게 기말페이퍼/논문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한 팁을 제공하는 자리랄까. 딱 이 정도 상상으로 자리를 기획했는데.. 논문학기생이 더 좋아한다. 지금 논문 쓰는 분들이 더 열렬하게 반응한다. 흠…
하지만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닌데, 글쓰기 문제에서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사람은 학위논문을 쓰면서 헤매는 사람이다. 나는 글쓰기의 어려움이, 이제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겪을 거라고 판단했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더 크게 겪는 문제란 걸 잊고 있었다. 즉 글쓰기가 지금 당면한 문제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란 걸, 나는 왜 깜빡했을까…
단지 다음주에 할 글쓰기와 자료찾기 세미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구나,라고 느낀 건 지난 9월이었다. 학과에 글쓰기 수업이 개설되었는데(결국은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사유하기 수업이지만) 수업 첫날 29명이 들어왔다. 대학원 수업에서 29명이면, 수업이 불가능한 인원. 이때 정말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걸 체감했달까. 그러고 보면 대학원에 입학하면 글쓰기와 강의하기는 거의 필수인데도, 이를 가르쳐주는 수업은 거의 없다. 글쓰기와 강의는 그냥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느낌이다. 혹은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은데 인식론만 말한다거나(인식론 없이 글쓰기가 불가능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정말 기술적인 부분에서 막힐 때가 있다)…
그나저나 내가 할 얘기는 논문 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이라, 사람들의 기대가 어떤지에 따라 많이 실망하겠지.. 물론 출판하면서 야매로 배운 기술이나 노하우를 약간 공유하긴 하겠지만 이건 워낙 개인차가 심해서 마냥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더 큰 문제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실제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좋은 정보는 아닐 수 있다.
암튼 완전 비공개 세미나는 아니라고 알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알아서 정보를 찾아서 오셔요.. 설마 쫓아내겠어요.. ^^; 그럼에도 학과 사람을 우선 대상으로 하기에 자리가 부족하다면 못 들으실 수도.. ^^;;;;;;
+그리고 여러 번 강조하지만, 내가 글쓰기를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라 야매로 알려드립니다.

뒤늦은 모욕감: 메모

지난 화요일 수업에서, 수업 당시엔 그냥 불쾌한 느낌과 함께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말을 들었다. 정확하게 나만 지칭하진 않았지만 그 말엔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파악했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엔 꽤나 불쾌한 기분이자 정확하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었다. 그래서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그냥 넘어가는가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그 말이 떠올랐고, 그 찰나 나는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랬다. 그 말은 적어도 내겐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그것이 단지 내게 모욕적이지 않다고 해도 그 말은 매우 불쾌하고 문제적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당시엔 그냥 넘어갔다. 그 당시 바로 문제제기를 해야 했음에도 그냥 넘어가는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 발언에 화가났다.
그 발언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는 지금 밝히지 않는다. 이 모욕감을 정확하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충분히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이 찰나를 기록해야겠다 싶어 적을 뿐이다.
아울러, 나는 늘, 모욕감과 분노를 느껴야 하는 바로 그 찰나가 아니라 뒤늦게 분노와 모욕감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 분노하며 그냥 넘어가면 안 되었다는 걸 늘 뒤늦게 깨닫는다. 뒤늦게 발을 동동 굴리며, 정작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 할 어떤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화를 낸다.
나는 나중에 이 일을 소재로 글을 쓸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지 않은가. 글을 쓴다는 건 뒤늦게 깨닫는 감정을 철지나지 않은 것으로, 때를 놓치지 않은 것으로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지 않은가.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내 삶의 시간을 깨닫고 또 그 의미를 달리 만드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