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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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아, 좋아.
너무 많이 내려, 한 번에 눈을 치우면 힘들 것 같아 잠깐 나가 계단의 눈을 치웠다. 계단 다 쓸고 올라오니 쓸기 전과 똑같다. 크크.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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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 45쪽 첫 번째 단어가 연애운이라는 얘기가 돌아다니더라. 어차피 장난이니 부담없이 그냥 가장 가까운 책을 펼쳤다. 펼치기 전엔 of나 that 같이, 딱히 뭐라고 해석할 수 없는 단어가 나올 줄 알았다. 아니다. 명확한 단어가 나왔다.
violence …;;;;;;;;;;;;;;;;;;;;;;;;;;;;;;;;;;;;;;;;
연애를 하면 내가 폭력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일까, 상대가 폭력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일까, 서로 미친 듯이 싸운다는 얘길까, 내게 연애는 폭력이란 뜻일까.. 크크크. 근데 조금만 달리 고민하면 연애(relation)와 폭력(violence)은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그나저나 연애도 안/못 하고 있는데 연애운은 무슨..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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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식민지 지식인이여.
지난 주말 세미나를 하는데 한국어 발제문이 아니라 영어 원문을 읽으면서 더 빨리 이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번 당황한다. ㅠㅠㅠ
아울러 가끔은 한국어로 쓴 논문이 안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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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극장에 세 번 갔는데 모두 같은 영화다. ;;;
<내가 사는 피부>를 세 번째 보면서,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는 느낌. 몇 달 뒤에 관련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관련 글을 쓰기로 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글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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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무한도전은 정말… 깡통 뚜껑 따는 것이 뭐라고 그렇게 긴장감이 넘치는 것이냐..ㅠㅠㅠ 크크크
‘하하 vs 노홍철’ 마지막 편의 편집은 끝내고 파업에 돌입하길 기대했건만 편집을 다 못 했다고 한다. 엉엉. 그래도 지지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이제 토요일 밤엔 뭐하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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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SNS는 사람 적고 조용한 곳이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Google+가 최고다. 트위터에서 또 뭔가 논쟁이 한창이라는데… 난, 모르겠다. 난 그저 바람과 함께.. 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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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하지 말고 낙후시켜라,라는 말은 언제 떠올려도 명언이고 진리에 가깝다.
안타까운 점은 내가 낙후되는 것만 같달까.. 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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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등록금+입학금을 납부했다. 빚 잔치 시작이다. 으하하.. 아, 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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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에 있는 이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대학교 학부시절 만났던 사람도 지금 거의 안 만나고 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라니! 꼭 6학년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내 어린 시절 같은 반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사나,라는 단순한 호기심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들 중 LGBT 범주 혹은 그 언저리에 사는 사람은 몇 명일까라는 궁금함이다.
물론 동창회 같은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할 리 없다. 아니, 내게 연락이 올 가능성 자체가 없다. 그 동안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으니까.
근데 알고보면 이미 이 바닥에서 몇 번 마주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양이] 눈 내리고, 고양이는 제 흔적을 남기고

밤새 눈이 내렸네요. 눈 내린 곳에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요. 이 추운 날,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하려고요. 혹은 썰매 끄는 고양이일까요? 하악하악..

대충 찍은…이라고 쓰고 사실 나름 열심히 찍은(난 안 될 거야..ㅠㅠ) 사진 몇 장 투척해요. 🙂
*사진을 좀 더 편하게 보려면 http://goo.gl/R8JE6

이웃집 옥상에 남아 있는 고양이 발자국, 두 줄. 다른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일 거예요.

오른쪽 옥상에선 고양이가 일광욕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어요. 🙂
사진은 사는 집 옥상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제가 사는 집이 지대가 높아 이웃집 옥상이 보이는 것 뿐.. 흐.
왼쪽 발자국을 확대한 모습. 근데 지나간 흔적만 있고 돌아간 흔적은 없으니 트릭 혹은 알리바이는 확실하네요.. 응? ;;
제가 사는 집 바로 앞의 계단. 이층이라 이렇게 계단이 있는데 그 위로 고양이 발자국이 여럿 있네요.
하지만 사료가 별로 안 줄어 한 두 아이만 찾아온 듯해요. 이렇게 추운 날 밥을 더 잘 먹어야 할텐데요.
오른쪽 확대 사진. 고양이 발자국과 함께 새의 발자국도 있는듯.
아주 가끔 까치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까치가 왔다 간 것일까요?
옥상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에 남아 있는 발자국. 옥상에서 내려온 흔적이겠죠.
융 뿐만 아니라 몇 고양이가 옥상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봤으니 밥 먹으러 내려온 거겠죠. 🙂
그리고…
이것은 보너스 샷.
따뜻한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는 바람의 모습입니다. 크.

이런 저런 얘기: 슬픔, 낙태 논쟁, 양희은

당고 댓글을 읽고 반성하며… 사실 항상 뭔가를 써야 하는데 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살짝 방치했다는… 뭐, ‘목하 열애'(응? 크크크) 중이니까. 으하하;;

01
며칠 전, 눈이 내리던 날 알바를 끝내고 玄牝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심성락을 들었다. 수은등은 창백하고 또 흐렸으며, 바깥은 어둡고 또 김이 끼어 흐릿했다. 심성락의 아코디언은 바람의 소리를 내며 애잔했다. 나는… 장의차에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움직이는 관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불길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죄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다. 나는 그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믿었지만, 이런 선택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퍼하고 있었다.

02
다른 한편,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가, 나는 뜬금없이 프로라이프(pro-life)가 되었다. 그 분은 생명이 소중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소중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이 되었다. -_-;;

물론 이 상황에서 나는 논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는 논쟁이 어렵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꽤나 피곤한 상태였고, 논쟁이 불가능한 사람과 논쟁하는 건 시간낭비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예, 예”라는 말만 반복했다.

갑갑한 건, 생명 vs 반생명(선택)이란 이분법 구도였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에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고, 생명이 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책은 없다. 그런 페미니스트도 없다. 생명과 선택이란 이분법이 아니라, 낙태가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 이해해야 하고, ‘여성’만을 비난하고 가해자로 내몰면서 ‘남성’은 부재중으로 만드는 구조를 비판하고, 태아를 초월적인 절대적 주체로 여기고 여성을 ‘인큐베이터’로만 대하는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고, 모든 여성은 이성애자고 결혼해서 어머니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에 문제제기한다. 등등. 간단하게 말하면 복잡한 현실을 복잡하게 고민하자는 건데, 소위 프로라이프라고 자처하는 집단은 모든 상황을 매우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며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만 화살처럼 쏘아댄다.

근데 좀 웃긴 건, 방송에서 프로라이프를 자처하는 분들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그 논의에서 어떻게 낙태반대란 결론이 나올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논의 과정만 들으면 선택권을 지지할 거 같은데… ;;

03
아침마다 양희은 씨의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그리고 매번 놀란다. 양희은 씨의 발언이 멋져서. 물론 그동안 내가 양희은 씨를 비롯하여 공중파 방송 진행자에 대한 편견이 있긴 했다. 그들은 젠더 권력 관계의 문제에서 “참고 살라”며 ‘여성의 인고’를 강조할 것이라는 어떤 편견. 성교육강사라면서 여성에게 조심할 것을 요구하는 말도 빈번했으니까.

근데 양희은 씨는 달랐다. 3.8 여성의 날을 지지하고 낙태 논쟁에서 여성의 선택권과 남성의 부재를 지적하는 발언을 방송 서두에 말하는 건 기본. 며칠 전엔 여성도 아내가 있다면 직장 생활을 비롯하여 일을 매우 잘 할 수 있다고, 남편/남성은 회사 일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아내/여성은 사회적 조건이 다르고 회사 생활과 가사 노동 등의 여러 일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더라. 언젠가는 왜 여동생이 오빠의 밥을 챙겨주느냐며 오빠가 여동생의 밥을 챙겨주는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은 누나여도 여동생이어도 남자 남매의 밥을 챙겨줘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했던 말. 공동진행자가 뭔가 좀 이상한 말이라도 할라치면 능숙한 언변으로 바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라디오를 들으며, 감탄 또 감탄. 한계가 없진 않(겠)지만, 공중파 방송이라는 맥락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04
결국 이 모든 글도 트위터로 메모한 걸 정리했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