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사가 LGBT라는 이름을 걸고 있음에도 그 내용이 동성애 중심이거나 동성애-비트랜스젠더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혹은 내용의 대부분이 바이나 트랜스젠더를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곁다리로 언급하는 수준이라면 이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만약 바이나 트랜스젠더를 논하고 있음에도 동성애-비트랜스젠더의 ‘입장’ 혹은 오랜 편견(혐오)을 밑절미 삼아 주제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면 이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LGBT 행사에 바이나 트랜스젠더 주제가 적은 것은 바이나 트랜스젠더 이슈로 얘기할 사람이 없거나 그 이슈로 발표하겠다고 지원한 사람이 단지 없어서일까? 나는 종종 궁금하다. 이런 문제는 단지 동성애-비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의 소극적인 성격이나 상대적으로 인적 구성이 적다고 얘기하는 문제(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렇게 주장한다)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구조적 문제 때문일까?
물론 나 자신은 소극적 성격이라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능력도 떨어지고 할 얘기도 별로 없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동성애-비트랜스젠더가 아닌 모든 사람이 소극적이고 할 얘기가 별로 없거나 기획력이 별로 없는 것은 아니리라. 분명 어떤 트랜스젠더는, 어떤 바이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내가 아는 많은 바이와 트랜스젠더는 할 얘기가 많다. 그렇다면 내가 알지 못 하는 어떤 연유로 기회를 못 가졌을 가능성도 상당하리라. 이를테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동성애-트랜스젠더는 덜 고려되거나 충분히 사유되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로. LGBT라고 말하면서도 LGBT로 사유하지 않는 문제로.
뭐, 이런 식의 어떤 궁시렁거림을 이렇게 끼적거려도 괜찮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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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떤 말이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단팥죽을 먹으러 가서 소금죽이 나와서 묵묵히 먹다가 계산하고 나오는 인간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시덥잖은 말까지 참지는 않는다. 어떤 말이건 할 수 있다고 해서 시덥잖은 말을 참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