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규범성의 만연, 퀴어이론서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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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총 24개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우와아!!! 2011년 1월 이후 월 포스팅 20개 넘은 건 처음입니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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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의를 들으며 다시 확인했지만, 걸커(걸어다니는 커밍아웃), 걸아(걸어다니는 아웃팅), 티부(티나는 부치)와 같은 언설은 동성애규범성 논쟁을 촉발한다. 동성애규범성은 바이/양성애, 트랜스젠더 등을 배제하거나 누락하는 이슈일 뿐만 아니라 특정 양식의 실천만 동성애에 적합한 것으로 다루고 그렇지 않은 다양한 실천을 배제하는 이슈다. 특정 행동 양식의 동성애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동성애자 공동체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자가 아닌 퀴어 공동체(양성애/바이, 다양한 섹슈얼리티의 트랜스젠더 등)에게도 문제가 된다.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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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RC 아카데미를 들으며 한국 맥락에서 쓴 퀴어이론서가 있어야겠다는 고민을 했다. <남성성과 젠더>, <성의 정치 성의 권리>가 괜찮은 퀴어이론서지만, 책 제목이 퀴어이론을 표명할 뿐만 아니라 목차 역시 퀴어 이슈에만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을 원한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에이즈 이슈를 다루는 글 각 두 편씩 묶어서 책으로 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가능하다면 장애퀴어 이슈도 한 편 정도 있어야 하겠고).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퀴어연구, 퀴어이론이란 제목의 선집이 다량 출간되었다. 그 중 나름 괜찮다고 평가하는 것은 Brett Beemyn과 Mickey Eliason이 엮은 Queer Studies: A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Anthology다. 초기 퀴어이론 선집이 레즈비언과 게이 중심이었다면, 비민과 엘리아슨의 선집은 레즈비언과 게이 중심의 퀴어이론을 비판하면서 등장한다. 그래서 끼워 넣기 식으로 바이와 트랜스젠더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바이와 트랜스젠더 맥락에서 퀴어이론을 재구성하는 글이 여럿 있다.
한국에서 퀴어이론서가 나온다면 비민과 엘리아슨의 선집을 모델로 삼고 싶다. 동성애 중심으로 퀴어 이슈를 논하는 분위기, 퀴어 모임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당연히 레즈비언 아니면 게이라고 여기면서 바이와 트랜스젠더는 누락되거나 배제되는 분위기에 문제제기하는 맥락에서 책의 방향을 잡고 싶다. 예전 같으면 누가 이런 방향으로 책 기획을 하면, 그리고 내게 함께 하자고 하면 같이 해야지, 했는데 요즘은 좀 변했다. 내가 원하는 책을 누군가 기획해주길 기다려봐야 아무도 안 하더라.;;; 그래서 원하는 방향의 책이 있으면 직접 기획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달까. 하지만 혼자는 할 수 없는 법. 누구 저랑 같이 이 책 기획하실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