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비염, 고양이

비염의 계절이다. 2년째 죽염을 희석해서 코를 세척하니 그나마 좀 괜찮다. 그나마 좀 괜찮은 듯하다. 한두 번 심하게 터지긴 했지만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괜찮다. 내년엔 좀 더 괜찮기를..
일부러 약을 안 먹고 버티는데… 그래도 비염이 심한 날엔 약을 먹어야 할까? 어떤 게 좋으려나.. 고민이다.
바람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예전보다 더 외로워하는 것도 같다. 외출하려면 더 많이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시 바람의 동생을 들이는 이슈를 고민하고 있다. 늘 하고 있는 고민이지만 방학이니 지금이 적절한 때가 아닐까 싶어서.. 동생을 들이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보단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망설인다면 바람과 궁합도 궁합이지만 한 아이가 더 들어왔을 때 드는 비용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란 점 때문이다. 초기에 비용이 적잖게 나가는데 그 부분에 부담도 있다. 다른 말로 지금은 새로 입양할 시기가 아닌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인연이란 이런 고민과는 무관하지만. 어떤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입양해야지..라고 고민해봐야 그런 상태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어차피 고양이도 어떤 여건에서 적당히 협상하며 살 줄 알기에 최적의, 최고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책임감과… 흠…

고양이의 뱃살, 바람의 뱃살

고양이는 뱃살이 진리다! 하아…
바람과 있으면, 스팽킹할 때를 제외하면 뱃살을 가장 많이 쓰다듬는 편이다. 뱃살뱃살뱃살. 말랑말랑하고 푹신하고 몰캉몰캉한 뱃살을 쓰다듬고 있으면 잠시 우주가 뱃살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문제는 바람이 자신의 뱃살을 쓰다듬는 걸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데 있다. 잠깐은 참아주는데, 오래 쓰다듬으면 후다닥 도망간다. 그렇다고 순순히 놓아주는 착한 집사가 아닌 나는, 억지로 붙잡고 쓰다듬기도 한다. 그러면 바람은 약간은 침울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그때야 바람을 놓아준다. 그럼 바람은 아예 도망가지는 않고 그저 옆에 머문다. 아웅.. 귀여워.
오랜 만에 바람의 사진 몇 장 투척합니다. 뱃살뱃살뱃살이 잘 나온 사진이라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후후.
드디어 포착한 뱃살!
하지만 사진이 어둡게 나왔… ㅠㅠㅠ
오랜 만에 누워 있는 모습. 이것은 바람의 기본 자세. 잠을 자는 자세.. 🙂
이 찰나, 리카의 얼굴이 보인다. 바람은 역시 리카의 딸. 흐흐.

나와 나의 고양이 이야기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Rica, the Cat 블로그를 운영할 당시였다. 리카를 내게 분양한, 길고양이 리카를 임보하셨던 분이 내게 물었다. 출판사에서 출판하자는 연락이 안 왔느냐고. 그럴리가 있나. 당시 고양이 블로그는 방문자가 5명 남짓이었다. 아니, 그보다 출판을 고민할 정도의 매력과 지명도가 없었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고양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작가는 여럿 있다. 내가 카페 활동을 하지 않고, 고양이 블로그를 찾지 않으니 잘은 모르지만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사람 역시 상당할 것이다. 고양이와 살며 겪는 성찰이나 어떤 고민을 탁월하게 쓰는 사람도 여럿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고양이와 관련해선 전문가도 넘친다. 웹툰에 고양이와 관련해서 조금만 안 좋게 그려져도 댓글이 난리나고 별점테러가 일어난다. 이런 웹에서 나의 고양이 블로그가 누군가의 주목을 받을리 없다. 고양이 블로그를 한창 운영할 당시엔 이곳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우연히 들리거나 해서 알게된 소수의 사람만 찾는 곳이었다.
비슷하게… 언젠가 세미나에서 어느 고양이 이야기를 들었다. 트위터의 유명 고양이라고 했다. 상당한 미모로 많은 이들을 홀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것, 나와 상관없는 얘기다. 나의 고양이는 나를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고, 이곳에 들리는 분들만 알고 있다. 특별히 유명하지도 않다. 내가 쓰는 고양이 관련 글은, 그저 내가 쓰는 다른 많은 글처럼 이런저런 일상의 일부일 뿐이다. 혹은 내가 하는 여러 고민이 고양이와 살며 겪는 경험과 겹치는 찰나를 기록하는, 그저 흔한 기록일 뿐이다.
이곳이 변방의 이름 없는 블로그고, 나를 아는 사람이 매우 적듯, 나의 고양이 역시 세상에 무수히 많은 고양이 중 한 마리고 아는 사람 역시 매우 적다. 고양이카페와 같은 형식의 커뮤니티에서 나는 존재감 자체가 없다. 그러니 나와 내 고양이의 삶은 그저 흔하디 흔한, 주목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더구나 사진을 잘 찍어, 사진만으로 혹할 수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고양이와 관련한 어떤 글을 쓴다면 그것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내겐 기억을 기록하며 추억을 쌓는 행위에 불과하다. 내겐 딱 이 정도의 의미다.
하지만 내겐 이런 의미여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겐 그 의미가 다른가보다. 혹은 이런 이유로 나와 내 고양이 이야기는 어떤 다른 지점을 점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고맙다. 참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