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를 그리다: 트랜스내셔널 한국의 퀴어 영화와 그 맥락

재밌는 행사가 있어 홍보합니다…
대학교에 있는 연구소에서 퀴어-영화 관련 행사를 주최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정말 오랜 만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암튼, 퀴어-역사-영화를 연결한 내용이니 흥미로울 거예요… 흥미롭겠죠? 끄응.. ;;;;;;;;;;;;;;;;;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사업단에서는 <영화, 역사를 그리다: 트랜스내셔널 한국의 퀴어 영화와 그 맥락>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상영회 및 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이 행사는 1990년대 이후 지난 25년 간, 제한적이지만 한국사회의 공공영역에 드러나기 시작한 “퀴어”라는 비규범적 섹슈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젠더 다양성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 다학제적 시도입니다. 이에 한국 퀴어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활동했던 학자, 활동가, 영화가, 예술가들이 모여, 역사가 그 동안  간과해왔던 한국 퀴어의 역사를 다각적으로 조망하고자 합니다.  이 행사는 예술과 학술의 경계를 허물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역사를 쓰는 하나의 방식임을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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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를 그리다: 트랜스내셔널 한국의 퀴어 영화와 그 맥락
Film Making as History Making: Transnational Korea in Queer Contexts
일시: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오전10시-오후 6시)
장소g: 한양대학교 박물관 2층 세미나실
주최: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사업단
(문의: 02-2220-0545)
후원: 한국연구재단
 
 
I.   퀴어의 삶 드러내기, 그 트랜스내셔널 계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From Subjectlessness to Subjecthood: A Transnational History of Queer Visibility in Contemporary Korea, 1990s-Present
10:00-10:10   영화로 퀴어 역사를 그린다는 것
                          토드 헨리 (University of California, San-Diego/한양대/이화여대)
10:10-10:50   강연: 한국 퀴어 커뮤니티의 역사  한채윤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10:50-11:30   토론 및 질의 응답   사회: 정연보 (한양대)
11:30-1:00     점심
 
II.   남자 없는 세상: 1950-60년대 여성 국극
A World without Men: Yosŏng Kukgŭk of the 1950s and 1960s
1:00-2:30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 상영 (2011/79m; 김혜정 감독)
2:30-3:30     감독과의 대화 및 토론   사회: 박정미 (한양대)
                       김혜정 감독
                       토론: 지혜 (연세대), 김청강 (한양대)
3:30-3:50      휴식
III.   가부장제의 그늘: 1970-80년대 퀴어의 삶
The Margins of Hetero-Patriarchy: Queer Life during the 1970s and 1980s
3:50-4:40      영화 “이발소 이씨” 상영 (2000/21m; 권종관 감독)
                        영화  “올드랭 사인” 상영 (2007/26m; 소준문 감독)
4:40-6:00      감독과의 대화 및 토론   사회: 토드 헨리 (UCSD/한양대/이화여대)
                        권종관 감독, 소준문 감독
                        토론: 루인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소), 김경태 (중앙대)
6:00-8:00      와인파티

2의 증명, 직접 말하기보다 삶으로 말하기: 이원 젠더, 여성의 몸

수업 시간에 <걸 혹은 보이, 나의 섹스는 나의 젠더가 아니야>와 <2의 증명>을 보고 토론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걸 혹은 보이>는 이원 젠더 및 여성의 몸을 직접 논하는데 <2의 증명>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 해석에 다양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데, 저는 <2의 증명>에서 충분히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해석했고, 그 관점에서 쓴 토론글입니다. 즉 영화가 이원 젠더를 문제 삼으려는 기획으로 구성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관련 이슈를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논의입니다.
2013/06/04 11:09
몸의 이원화, 여성의 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묘하게도 저는 <걸 혹은 보이, 나의 섹스는 나의 젠더가 아니야>보다 <2의 증명>이 더 ‘퀴어’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2의 증명>이 몸을 둘러싼 논쟁에서 매우 ‘급진적’으로 혹은 제도에 ‘전복적’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독해했어요. 정확하게는 이원/젠더화된 몸을 다시 사유하도록 하는 영화라고 해석했고요. 물론 영화 내용 어디에도 여성의 몸, 몸의 이원화를 언급하진 않습니다(트랜스젠더 영화가 이원 젠더를 반드시 언급하거나 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유정 씨가 호적 상 성별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죠. 하지만 영화의 다양한 찰나에서 유정 씨와 주변 사람은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흔든다고 판단했어요.
우선, 가장 명확하게는 병원24 PD가 했던 얘기입니다. 말투는 남자고 옷은 여자고 골격은 남자고.. 라고 말하는 지점에서 PD는 유정 씨를 여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뉘앙스로 말합니다. 이런 반응은 정확하게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어떤 몸이 여성의 몸이어야 하는가, 여성이기 위해선 어떤 몸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 수업을 듣는 분이라면 아마도 PD의 언설에 어떤 불편이나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셨을 테고 바로 그 찰나에서 여성의 몸을 둘러싼 논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합니다.
몸을 둘러싼 논쟁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초점을 맞춘 지점은 유정 씨의 욕망 혹은 바람이었습니다. 유정 씨는 호르몬 투여는 해도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은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적 상 성별 변경을 요청합니다. mtf/트랜스여성을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판례에선 성별 변경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인우보증서를 가급적 많이 모아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하죠.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누가 여성인가라는 질문, 어떤 몸이 여성의 몸이어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발생한다고 독해했습니다. 아마도 유정 씨는 자신이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생물학적 몸이라고 불리는 어떤 형태는 중요한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호적 상 성별을 바꾸고 안정적 직장을 구하면 수술비를 모을 것이며 그러고 나면 반드시 수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mtf/트랜스여성의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이 “이쁜이수술”과 같다는 것처럼요. 그리하여 유정 씨의 요구는 기존의 섹스-젠더 이원 규범을 슬쩍 무시하고 혹은 그런 규범을 “자신의 불행한/불쌍한 삶”으로 무화시키고 돌파하려는 것은 아닐까 했습니다. 물론 유정 씨가 기존의 이원 젠더 규범을 모를리 없지요. 아니까 인우보증서를 가급적 많이 받으려 했겠지요. 그럼에도 유정 씨의 행동은, 유정 씨의 행동이 말이 된다고 여기건 안 된다고 여기건, 유정 씨의 행동을 지지하건 그렇지 않건 여성의 몸을 다시 사유하도록 하는 찰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판사가, 유정 씨에겐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입증할 서류가 없어 성별 변경을 거부했을 때 아마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느낀 듯합니다(극장에서 봤을 때 제가 들을 수 있는 관객의 반응은 그랬습니다). 저는 이 안타까움에, 단순히 다큐멘터리 주인공 유정 씨를 향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몸을 다시 사유하도록 하는 비평적 해석이 동반하고 있거나 동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건 여성의 몸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판사가 성별 변경을 허가했다면 음경이 여성/남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니라고 판결하는 거죠. 불허했다면, 실제 불허했는데, 여성의 몸이 어떤 외형이어야 하고 남성의 몸이 어떤 외형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고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 여성과 남성의 몸이 어떤 외적 형상을 지녀야 하는가는 어떤 계급적 토대, 경제적 토대를 갖추어져야 하는가란 질문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어떤 계급(혹은 제정적 여유를 갖춘 상황)만이 법적 보장을 받는 젠더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선 상당한 돈이 있어야 하고 안정된 수입을 벌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선 규범적 젠더에 맞춘 외모여야 하죠. 트랜스젠더 업소에서 일한다고 해서 외모가 자원이 아닌 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 업소에서도 외모는 중요한 자원이며, 외모에 따라 호르몬 투여 정도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유정 씨는, 수술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은 성판매를 하건 뭘 하건 외모를 바꾸라는 사회적 명령이라고 지적합니다.
전 어쩌면, <2의 증명>에서 유정 씨의 삶의 다면적 측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쉽다고 해도, 이원 젠더나 여성의 몸을 둘러싼 논쟁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직접 언급했다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지점이 협소해질 수 있으니까요.
암튼 전 그랬어요..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는 건 확실히 즐거워요. 헤헤.

내가 사는 피부 분석글 올렸습니다.

며칠 전 한국문화연구학회 학술대회 소개글을 적었고, 그곳에서 발표한 원고 올렸습니다.

( writing 메뉴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내가 사는 피부>를 혼종적 주체로 독해한 글입니다. 저 나름, 트랜스젠더 인식론으로 텍스트를 분석한 글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크크. ;;;
내년 봄 즈음 출판을 계획하고 있고요. 잘 되어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