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 중 한 명?

계속 드는 의문. ‘열 명 중 한 명은 성적소수자다’라는 구절을 운동 전략으로 계속 사용해도 괜찮을까? 단순한 수사라고 해도 이것은 유용한 전략이 아니라 부적절한 전략 아닐까?
우선 열 명 중 한 명인지는 아무도 모르잖은가?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고. 인구구성 비율의 10%라는 건 구체적 수치라기보다 상징적 수치인데, 그럼에도 이것은 많은 경우 문자그대로 받아들여지고, 그리하여 열 명 중 한 명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도 많다. 또한 성적 소수자의 소수자란 용어와 결합되면서 권력의 의미는 희석되고 숫자의 의미만 남는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수사는 이성애와 비이성애, 트랜스젠더와 비트랜스젠더를 확고하게 구분하는 언설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나와는 다른 어떤 성적소수자가 있다’는 사유를 강화한다. 그리하여 권력 자체, 이성애나 비트랜스젠더 자체를 문제 삼지 못 하고 비이성애, 트랜스젠더만 문제 삼도록 한다. 운동을 통해 그토록 문제삼으려는 이성애-비트랜스젠더 범주는 견고하게 남는다.
사실 굳이 이렇게 블로깅을 하지 않아도 ‘열 명 중 한 명’이란 구절이 갖는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왜 이런 수사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일까? 다른 문구를 새로 만들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이성애-비트랜스젠더 집단에게 쉽게 통용되는 언설이라고 해서 우리가 늘 그 언설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때때로 그런 언설에 문제제기하며 운동을 하고 논의를 전개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열 명 중 한 명’ 이란 수사는 반복하는 것일까? 아무리 마포구청의 행태가 있다고 해도, 그것과 별도로 이 구절을 둘러싼 논의와 검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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