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잡담

ㄱ.

며칠 전 검침원이 왔다. 지난 달에 비해 가스를 너무 많이 썼다고 확인을 좀 해야 겠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온도조절기가 고장난 상태였다… 어쩐지 온도를 낮춰도 많이 따뜻하더라니.. 어떤지 이번 겨울 따뜻하더라니..
고친 후 보일러 조절기를 외출 상태로 해뒀다. 그래도 외풍이 없으니 바닥 차가운 것 외엔 춥지 않다. 이건 정말 좋다.
ㄴ.
팬질하는 선생님에게서 메일이 왔다아아!!! 물어볼 것이 있다는 메일인데.. 꺄아악! 내가 팬질하는 선생님이, 그것도 평소 연락을 주고 받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님에도 먼제 메일을 주셨다는 사실 자체에 감동 받아 흥분했다.
ㄷ.
ㄹㅇ 님께서 스캐너를 보내주셨다! 앗싸~!
근데.. 한 달 정도 전 물려 받은 중고 노트북에, 하필 윈도우 비스타가 깔려 있어서 드라이버 설정이 안 된다… 윈도우 XP를 찾아 설치해야 하나…
멀티 부팅으로 우분투를 설치했고 평소엔 우분투만 쓰다가 결제할 때만 비스타를 사용해서 큰 불편이 없었는데.. 끄응…
아마 우분투만 설치한 노트북에 윈도우 XP를 설치할 듯하다.
ㄹ.
나는 인복이 많은 걸까?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은 아닌데, 경우에 따라선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매우 적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알고 지내는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 뿐이다. 석사지도교수부터 공부를 하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생님, 함께 공부하는 동료연구자, 삶을 공유하는 벗, 함께 활동하는 동료활동가까지 하나 같이 다 좋은 사람이다. 나 같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할 뿐이다.
ㅁ.
바람은 언제나 완벽하다. 이를 테면 노트북 옆에 내려 놓으면 USB 연결잭을 다 피해서 걸어간다. 어디에 물건을 두면 언제나 그 물건을 피해서, 혹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돌아다니고 눕는다. 이렇게 착할 수가! 이렇게 똑똑할 수가!

설 연휴 잡담

01
설 연휴 무사히 살아남으셨나요?
02
전, 설과 추석은 영양보충하는 시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 그 후, 본가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뭐, 부모님이 저를 적당히 포기한 것도 있고요.
03
부모님이 저를 적당히 포기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결혼하란 압박도 거의 없었기에 오래 전, 결혼하지 않겠노라고 말한 적 있는 데 그것이 먹힌 줄 알았습니다.
네.. 그럴 리가요.. -_-;; 부모님은 그냥 저를 부끄러워하실 뿐입니다. 저 무능한 것을 어디다 쓰냐고 생각하고 계실 뿐입니다. 크크. 저로선 이런 위치가 더 편하니, 좋더라고요. 🙂
04
본가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선 볼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으잉? 속으로 ‘드디어 압박이?’라며 살짝 짜증이 날 뻔 했습니다. 더 안 듣고 싫다고 했습니다. 엄마 님도 제가 거절할 걸 알고 물었더라고요. 그러면서 병원의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며 집안이 상당히 좋은 곳에서 선자리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는 사람이 주선했다나요. 엄마 님께서 말씀하시길, 돈 벌이도 제대로 못 하고 어디 내세울 것도 없는 저것을 어떻게 선 자리에 내보내겠느냐고 주선인에게 답했는데, 주선한 사람과 상대방도 그걸 알면서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으익.. -_-;;
이 대화를 통해 집에서 제게 결혼을 비롯한 이런저런 압박을 가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그냥 제가 부끄러우셨던 거예요. 크크크크크.
05
그 말을 듣고 선을 한 번 볼까,라는 충동을 느꼈습니다. 이른바 경험치 획득 및 완전 포기하도록 만드는 작전이죠. 하지만 상대방에게 무슨 죄랍니까. 아울러 그 자리에 나가봐야 어색함과 침묵만 겹겹이 쌓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상대방도 집사라면? 혹은 상대방도 레즈비언이라면?)
06
오래 전 한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 소식을 조금 들었습니다. 누가 결혼했다는 이야기, 누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누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대학 졸업과 취직 관련 얘기를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바뀌었네요. 네,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정신 연령은 아직 16살인데.. 억울해요.
07
암튼 엄마 님께선 박사 졸업하면 꼭 결혼하고 제대로 된 곳에 취직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그 얘기, 제가 석사과정 입학할 때도 “석사 졸업하면..”이라고 했던 말이야..라는 말, 차마 못 했습니다. 크.
박사가 끝나면, “너 교수만 되면 꼭..”으로 자동 연장되길 바랍니다. 후후.
08
집 계약 연장과 관련하여, 금액은 그대로인데 교회에 나가는 것이 조건이라고 말하자, 부모님 모두 “돈을 더 올려주면 올려줬지 교회는 안 된다.”
아… 까먹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독실한 불교신자..라기보다는 교회만은 안 되는 불교신자. -_-;; 이 말을 듣고 떠오른 일화. 십대 시절 부모님은, 어떤 애인도 상관 없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하셨다지요.
그러고 보면, 좀 다른 이유로 저도 일부 보수 기독교 신자를 싫어하긴 합니다. 아닌가.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냥 가엽게 여기나요? 혹은 그냥 안쓰럽게 여기나요? 사실 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그쪽에서 저의 관심을 끌려고 너무 노력하더라고요.
09
선이 싫은 이유를 들라면 적어도 37가지를 나열할 수 있겠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이유는 두 개인의 관계가 집안의 안줏거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두 개인의 만남을 부모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 너무 끔찍하지요.
10
기차 타고 오고 가며, 부산 가는 길에 글 한 편, 서울 오는 길에 논문 한 편을 읽었습니다. 아, 뿌듯하여라.
11
명절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 없는데, 명절이란 행사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잡담: 선거, 고양이 융,

아래 글을 밀어내기 위한 잡담;;

01
이번 서울시 선거 단상.
박원순은 의외로 뭐가 없었고 나경원은 의외로 뭐가 많았다. 선거 초반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에 무척 짜증났지만, 나중엔 흥미진진했다. 오늘은 또 뭐가 터질까,라는 기대감이 생길 정도였다. ;;; 😛
암튼 이번 선거의 판세는 시사인이 좌우했다는 느낌.
그리고 저는 서울 시민이 아니라 서울 거주민이라 투표권이 없습니다. 케케.
이번 선거 기간 중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40여 곳에서 선거를 하는데 마치 서울시장 선거만 하는 것처럼 보도한 언론과 포털의 태도. 서울시장 외에 언급된 곳은 기껏해야 부산 동구청장 정도였다. 이번 서울시장선거가 가지는 의미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서 서울에 모든 관심을 쏟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서울이 곧 한국은 아니다. 이것은 서울 시민이 아니라 서울 거주민으로 살면서 갖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02
집 근처에 머무는 융과 나의 거리는 이제 70cm. 전엔 1m 거리도 가깝다고 융이 도망쳤다. 요즘은 좀 더 가깝다. 아침에 밥을 주려고 나가면 융은 날 기다리는데 70cm 정도 거리에 머문다. 그릇에 밥을 담고 나선 자리를 피해주지 않고 괜히 융을 바라보면 융은 나를 보며 “냐옹”하고 울기도 한다. 아웅 귀여워.
겨울이 다가와서 걱정이다. 보일러실을 개방하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내가 이 집에 언제까지 머물진 않을 거란 점에서 갈등이다. 물론 내가 이 집에서 떠난다면 얼마 안 지나 집을 허물겠지만, 그래서 이 동네에 고양이가 살 공간 자체가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갈등이다. 추운 겨울,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따뜻하진 않으리라..)을 내주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그냥 지금처럼 밥과 물만 집 앞에 내놓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늦지 않게 결정해야 할텐데..
그럼 융이 보일러실에서 살겠다고 선택할까? 이건 또 모를 일. 나 혼자 착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흐. ;;
03
바쁜 와중에 오지랖 발동. 제안이 재밌어 일단 수락했는데 과연…
04
앞서 거주민을 얘기했는데, 전 시민권이 아니라 거주민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등록한 시민 혹은 국민이 아니라 그저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같은 것을요. 물론 깊이 같은 것은 없습니다.
05
4로 끝내면 안 될 것 같아 05를 적었는데 할 말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