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 보물찾기 제3탄-한국영화 다시 보기 상영회: 사방지

퀴어락 정기 영화 상영회를 합니다.
다음주 금요일이고요. 인터섹스, 양성구유, 어지자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존재인 동시에 조선시대 역사를 다룬 교양서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존재인 사방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퀴어락 보물찾기 제3탄-한국영화 다시 보기 상영회
사방지 1988
퀴어락의 세 번째 상영회는 조선 세조시대의 양성구유자 사방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사방지>를 함께 보려고 합니다. 2002년 제4회 여성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상영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사방지가 “자신의 존재성에 의문을 품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욕망과 감정, 생존을 위해 협상과 고투를 거듭”(정희진)하는 이야기를 함께 보고 서로의 감상을 함께 나누게 되길 기대합니다.
상영일자: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늦은 7시 30분부터
상영장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커뮤니티룸
신청: kscrcqueer@naver.com 혹은 @queerarchive
참가비용: 2,000원(다과와 음료 제공)

잡담 이것저것: 비염, 아키비스트, 계급

ㄱ.
비염이 한 번 터지고 나면 온 몸이 쑤시다. 죽염으로 코세척을 시작한 이후 콧물이 흐른다거나 코막힘 같은 것은 전에 비해 약하지만 온 몸이 힘든 것은 여전하다. 전엔 코에만 모든 것이 몰렸다면 지금은 비염을 견디기 위해 온 몸이 초긴장 상태다 보니 더 쉽게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한 이틀은 그냥 드러누워 쉬어야 할 듯한데 그러지도 못 하니 아쉬울 뿐이다.
지난 일요일 비염이 터졌고 아직도 온 몸이 뻐근하다.
ㄴ.
문헌정보학과 출신도 아니고 관련 자격증 같은 것도 없지만 아키비스트로 나 자신을 설명하거나 정체화하는 걸 깨달을 때면, 재밌다. 이게 다 퀴어락 활동의 여파다. 아울러 내가 정말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기도 하다. 운동과 활동에 참여하는 많은 방법 중, 아키비스트가 확실히 좋다. 사실, 퀴어락 활동을 하기 전엔 그냥 나 자신의 판단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던 일이, 지금은 아키비스트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난 늘, 어딜 가나 퀴어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그것이 지금은 퀴어락 활동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엮이고 있다.
농담처럼 진지하게 말하길, 박사학위 취득하면 퀴어락에 취직할 거다. 지금은 운영위원이고 그때는… 음… 그럼 월급은? 몰라, 어떻게 되겠지, 뭐. 흐.
ㄷ.
박사학위 논문을 쓴 후 취직이 안 될 거라고 미리 단언하는 것은 전공 때문일까, 계급 경험 때문일까? 내가 무슨 논문을 쓰건 그것은 결국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룰 것이다. 피상적으로 전혀 다른 이슈를 논한다고 해도 그것은 트랜스젠더 이슈를 말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다. 그리고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이슈로 논문을 쓴다는 것은 취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기억해보면 어릴 때부터 내가 들은 최고의 직장은 공무원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는데, 안정적 직장이란 점에서였다. 많은 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이라는 것. 부모님의 빈곤 경험은 안정성을 지향했고, 그 안정성에 걸맞는 행동양식을 지향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은 공무원이었지 교수나 어떤 연구직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공무원이 싫었다. 직종으로서 공무원이 내 몸에 적합하다고 믿은 적,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나니 내 상상력에 남는 일은…
특별히 많은 돈을 벌 욕심은 없다. 그냥 읽고 싶은 책 살 수 있고, 굶지 않으면서 지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서 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알바로 생계를 연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물론 여기엔 다른 이유도 있다. 생계를 이유로 내가 주장하고 싶은 언어를 망설이게 될까봐 두려워서다. 한줌도 안 되는 어떤 안정감을 지키려고 내가 말해야 할 언어를 말하지 못 하게 될까봐 두려워서다. 애당초 기존 학제에 편입될 가능성도 없지만, 이런 두려움이 있다면 그냥 외부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나의 이런 고민은 분명 내가 살아온 가족의 계급 경험인데, 나는 왜 늘 이것이 단지 전공 문제일 뿐이라고 상상하는 것일까?

방학인데…

01

방학이면 여유가 있어야 할 텐데… 학기 중일 때보다 더 바쁘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_-;;
뭐, 설명이 더 무엇 필요하겠어. 긴장이 풀렸고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끄응.
(기존 세미나 두 개에 방학 세미나 하나가 늘었고 또 하나가 더 늘어날 예정..)
02
방학 동안 글을 쓸 계획을 세우며 욕심을 좀 냈는데 그것이 실현할 수 없는 과욕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과감하게 줄이고 줄여 두 개로 정리했는데… 그 두 개도 좀 많다. 하나는 학술지에 투고할 원고고, 다른 하나는… 아직 비밀. 이것은 원고는 아니고 좀 다른 작업인데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기획. 때가 되면 밝히겠지요(당연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작업입니다). 후후.
아시잖아요? 전 제가 작업한 결과는 열심히 홍보한다는 걸. 으하하 ;;;
03
<여/성이론> 2012년 여름호에 수잔 스트라이커를 소개한 원고가 실렸는데.. PDF로는 아직 안 올라와서 소개를 못 하고 있다는.. 하하. ;;;
원고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았지만, 원고 초안을 쓰고 마지막 수정본을 넘기는 과정에 아버지 사고가 있었다. 그 원고를 다시 볼 때마다 몸이 많이 복잡할 것 같다.
04
이미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사이트가 생겼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과 관련한 의료적, 법적 정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살펴 보면 만드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저도 다른 분이 알려줘서 알았습니다.)
05
퀴어락과 한국퀴어백과사전.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잘 가져갈 수 있을까가 고민.
며칠 전 채윤 님과 얘기를 나누다 농담으로, 박사학위 끝나면 퀴어락에 취직할 거라고 했다. 흐흐흐. 근데 퀴어락은 현재 KSCRC에 속한 팀이고(퀴어락이 분명 별도의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별도의 단체가 아니라 KSCRC가 진행하는 여러 사업 중 하나입니다) 월급을 줄 수 있는 여건은 전혀 아니고.. 더구나 난 이미 운영위원이고 운영위원은 어떤 형식으로 취직할 수 있을까.. 아하하. 그럼에도 퀴어락은 내가 상당한 애착을 갖는 활동이다. 소속을 적어야 할 때면, 어떤 의도가 없는 한(캠프 트랜스에 쓴 소속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었죠…), 퀴어락을 적을 정도니까. 아카이브 작업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아카이브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럼 이 활동을 제 고민과 어떻게 연결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나의 고민과 퀴어락이 별도의 기획이란 뜻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조화롭고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06
이번 주 초, 모 단체 활동가와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트랜스젠더 단체를 만든다면 쉼터 중심으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블로그에도 몇 번 적었던가? 이태원을 기반으로 상담 및 쉼터에 초점을 맞춘 운동을 해야겠다는 고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 쉼터를 마련할 건물이 없고, 건물을 마련하고 단체를 운영하고 상근자에게 월급을 줄 돈이 없다는 것. 난제 중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