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캔디레인, 노 엔드, 뉴 월드: 퀴어영화제 SeLFF 상영작

헝 아이 첸Hung-I Chen [캔디 레인]
로베르토 쿠질로Roberto Cuzzillo [노 엔드]No(End, Senza Fine)
Etienne Dhaene [뉴 월드](The New World, Le Nouveau Monde)

어제까지 퀴어영화제, SeLFF에서 상영하는 세 편의 영화를 꼼꼼하게 살폈다. 말 그대로다. 어떤 영화는 5분 정도의 분량에 한 시간이 걸렸다. 어떤 일로 꼼꼼하게 살펴야 했다. ;;

[캔디 레인](Candy Rain)을 살피는 시간은 내내 유쾌했다. 이야기와 영상 모두 감각적이다.
[캔디 레인]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 함께 하고 싶지만 함께 할 수 없어 불행한 사람,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네 종류의 사랑 이야기가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영상의 색채가 같은데도 에피소드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건 이 영화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개그코드는 완전 내 취향이다. 흐흐. 살피는 내내 계속해서 키득 거리며 웃었다. 어떤 장면에선, 앉아 있는 장소가 도서관 혹은 공공장소란 사실을 잊고 박장대소를 할 뻔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연신 웃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와 네 번째 에피소드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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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두 편은 인공수정과 아동양육 이슈와 관련 있다. 파트너 관계에서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갖는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은 다양할 테다. 어떤 이들은 의료과정을 거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입양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대리모’를 고용할 수도 있고, 그리고 …. 두 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이슈를 전하고 있다.

[노 엔드](No End, Senza Fine)는 인공수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수정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건 깔끔하게 줄였다. 인공수정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다뤘다. 아이를 갖기로 했을 때, 부모의 반대를 직면할 수도 있다. 이건 두 영화 모두 같다. 문제는 인공수정을 하기 전에 파트너에게 죽을 수도 있는 병이 생겼을 때,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유사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에서, [노 엔드]의 변별점은 이 부분이다. 아이를 갖기로 합의했는데, 파트너가 죽을 수도 있는 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참, 이 영화에선 인공수정 방법으로 의료기술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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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월드](The New World, Le Nouveau Monde)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후 이성애가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해소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정자를 제공한 ‘아버지’의 문제다. 레즈비언 관계에서 임신을 한 사람과 정자를 제공한 타인은, 현재의 가족개념에서 어떻게든 연결이 된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사람은 엄마로 불릴 것이고, 정자를 제공한 사람은 아빠로 불릴 것이다. 그럼 임신한 사람의 파트너는? 아이의 엄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빠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한 완전한 타인 같기도 하다. 정자를 제공한 이가 ‘아버지’로서 자신의 역할을 요구한다면 파트너의 소외는 가중된다. 이 영화는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선택한 인공수정 방법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꽤나 코믹하다. 놓치기 아쉬울 수도 있다.
두 영화를 살피면서 인공수정이슈와 파트너 관계에선 임신을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관계를 새롭게 고민할 수 있었다. 공동체, 관계, 아동양육, 인공수정, 출산, 엄마노릇, 아빠노릇과 같은 이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상당히 흥미로울 듯하다. 커밍아웃이란 주제에 관심 있다면 [뉴 월드]의 몇 장면들이 인상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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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세 편의 영화를 살핀 후, 좋은 영화의 기준이 조금 바뀌었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편집이 잘 된 영화가 좋은 영화일 수 있지만, 이제부턴 대사가 적은 영화가 좋은 영화다. ㅡ_ㅡ;; 아, 무성영화 만세!! ;;;;;;;;;;;;;;;;;; 흐흐.

이쯤해서 고백하자면, SeLFF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자막을 제작하고 있다. 덕분에 네 편의 영화를 미리 살피는 행운을 잡았다. 위의 영화 평은 준 내부자의 입장에서 쓴 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모호하다. 아마 단순 관객으로 영화를 접했어도 비슷한 글을 썼을 거 같다.

포스터 및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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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퀴어문화축제와 퀴어영화제SeLFF: 십년감수

십년감수.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들어요. 정말 대단하다, 정말 수고했다, 란 고마움과 뿌듯함. 이 시대에 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지? 란 감정들. 사실 이런 저런 감정들 사이에서 무수하게 많은 느낌들이 교차하죠.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그래서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올해도 퀴어문화축제(2009.05.30-2009.06.07)가 열려요!! 10년을 이어 왔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 훌륭하고 대단한 거죠. 저로선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만끽하는 시간을 또 다시 맞은 느낌이고요.

하지만 진행이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고 해요. 모든 집회를 금지한다는 국가정책에 따라, 퀴어퍼레이드도 조금은 불안한 상태네요. 퀴어퍼레이드가 퀴어문화축제 첫 날 열리는데, 이 퍼레이드의 진행 상황과 결과가 많은 걸 알려줄 것 같아요. 잘 무사히 진행되어야 할 텐데요. 퍼레이드를 시위로 이해하고 공권력을 투입하면 …. 농담 같지만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잖아요. ㅡ_ㅡ;; 아울러 제정은 더 열악하죠. 그 동안 지원금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는 대폭 삭감되었다고 해요. 그렇잖아도 위태로운데 자칫 적자가 날 위험도 있다고 해요.

문득 떠오른 제안. 행여 퀴어문화에 평소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접하고 즐길 기회를 가지시는 건 어떨까요? 평소 조금은 관심이 있었지만 어떻게 참가할지 모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잡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일 년에 한 번 후원한다는 기분으로 퀴어영화제(SeLFF) 나들이는 어떨까요? 표만 구매하셔도 좋고(흐흐. -_-;;), 극장을 찾으시면 더 좋고요. 1회 관람권이 5,000원이니 혼자서 여러 번 찾으셔도 좋고, 아는 사람과 같이 찾으셔도 좋고요. 후원도 하고 영화와 문화도 즐기고. 아마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이렇게 쓰니 관계자 같은데 공식적으로 관계자 아님. ㅡ_ㅡ;; 혼자서만 관계자이고 싶은 거죠. 흐흐.)

::퍼레이드 일정::
(주소: http://www.kqcf.org/2007home/parade.html )
2009년 5월30일 (토)  PM 12시 ~ PM 7시
장소 : 베를린 광장 ~ 청계 광장

::퀴어영화제, SeLFF 일정::
(주소: http://www.kqcf.org/2007home/filmfestival.html )
일정 : 2009년 6월 3일 ~ 7일
상영장소 : 서울아트시네마 (구.허리우드극장)
주최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주관 : 서울LGBT필름페스티벌 기획단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공식홈페이지: http://www.kqc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