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정도면 엄청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고 있다고 느낀다. 급진적 혹은 폭력적 퀴어 정치학을 지향하지만 정작 내 삶은 매우 단순하고 또 평이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너무 평범하고 무난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 나 자신은 평범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내 퀴어 정치가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내 부족한 부분을 말하고 싶은데 그걸 말하는 순간 내가 부정당하는 기분. 그래서 ‘저는 평범해요'(물론 이것은 또 다른 많은 경우엔 어떤 방식의 말장난이기도 하지만)라는 말을 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동시에 이런 말을 내뱉을 때마다 괴롭다. 하지만 ‘난 완전 퀴어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내가 망상하는 어떤 기준에서 나는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삶엔 퀴어하지 않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버틀러처럼 스스로를 ‘완전 퀴어다’라고 말하지 못 한다.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