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혀]
나는 공연 소개를 읽는 편이지만, 그건 티케팅할 때까지의 기억이고 공연장에 갈 즈음이면 보고싶다는 감각만 남아 있고 실제 공연 소개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 한다. 이 공연도 그랬지만 상관없었다. H와 같이 봤고 둘 다 엉엉 울었다. 시작 장면의 의미가 마지막이 고통스럽게 이해되고, 정은의 일생과 은수의 고통이 중첩되는 자리에서 고통과 슬픔과 통증과 계속해서 싸울 투쟁의 힘이 있어서 좋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형식이 좋았고 개별 캐릭터를 연기하다가도 나레이션 역을 할 때 목소리 톤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지는 점도 좋았다.
[너울]
막공을 봤는데 크나큰 후회. 두 번은 봤어야 했는데. H와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혼자 봤다. 그러며 기억 상실 혹은 기억에 문제가 있는 존재에게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고민했다. 상대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시키지 못 하는 상태일 때, 내가 사랑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억 혹은 뇌에 문제가 있어 평생을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평생 곁에 있는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다른 이름으로 사랑할 때 ‘내’가 겪을 이 고통은 무엇일까? 기억과 정체성 사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어서, 이번 공연은 특히 좋았고 막공을 봐서 아쉬웠다. 연극이어서 할 수 있는 연출, 장년과 청년 시기의 시간대를 중첩시키는 방식이 특히 좋았고. 내년에도 공연해주세요.
[퀴어 독백_서울]
이것은 먼쓸리퀴어 프로젝트로 진행한 낭독극. 구자혜 작가가 아마도 내년에 출간할(혹은 그렇게 되도록 압박을 넣을) 103개의 독백 중 몇 개를 낭독극으로 공연했다. 대전에서 한 번 했고, 서울에서는 다른 독백을 골라 낭독했다(두 작품은 같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새롭게 웹포스터 제작을 해주고 있는 H를 독촉하는 일과, 낭독할 작품을 고르는 정도가 전부였다. 슬픔과 농담과 웃음을 버무린 작품을 쓴 구자혜 작가와 이를 멋들어지게, 맛깔나게 낭독해준 배우님들 덕분에 진짜 수명이 몇 년 늘어난 기분이었다. 대전, 서울에서 그랬듯 7월 목포에서도 길이나 극장 바깥에서 공연을 할 예정인데, 배우의 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것에 대한 염려가 매우 컸지만 그럼에도 바깥에서 하길 잘했다 싶었다. 자동차 소리, 이런저런 소음 속에서 “트랜스젠더”, “퀴어” 이런 언어, 퀴어의 복잡한 감정이 거리에 울려퍼질 때의 떨림과 기쁨. 앞으로도 퀴어독백은 야외극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다. 무엇보다 마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장소와 보면대, 의자, 조명 등을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주말인데 일하러 나오셨어 ㅠㅠㅠ 근데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대전과 서울 모두 녹화를 해뒀는데 어떻게 활용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