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학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어쩐지 광역 어그로를 끌고 싶은 마음에 다음 문장을 구성했다.
자신이 LGBTAIQ/퀴어거나 퀴어정치학을 고민하면서 채식을 하지 않는다면, 이성애규범적 사회에서 차별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함과 같습니다.
이 문장은 나의 채식 정치학과 경합하는 지점이 있기에 이것은 내가 주장할 법한 드립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이런 드립을 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측면에선 이 드립 중 옳은 구석도 있다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고민과 광역어그로를 끌겠다는 장난같은 마음과는 별개로 나의 이 드립은 어그로는커녕 그냥 관심 자체를 못 끌 것이다. 두 가지 이유. 특별할 것 없는 드립이니까. 무엇보다 이곳은 변방의 이름 없는 곳일 뿐만 아니라 (트위터 같은 SNS가 아니라) 블로그니까. 🙂
실패를 가정한 드립은 정말로 실패할 운명이란 점에서, 그리고 정말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성공한 드립이 되었다. 우후후.
한국가면 삼겹살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이 글을 읽었네요. (무한 눈물) 게다가 막 다음 학기에 같이 살게 될 룸메이트가 비건인 것을 듣고, 아 역시 레즈비언&비건 룸메이트인가…! 하고 있었는데, 딱 이 글을 읽었네요. (무한 눈물) 제 학부 교수님도 모두 비건/베지테리언이셔서 늘 마음 속 한 구석이 죄의식으로 가득했는데, 딱 이 글을 읽었네요. (무한 눈물) 채식하다가 트랜스젠더가 “되신” 루인님과 친해져서 기뻐했는데, 딱 이 글을 읽었네요. (무한 눈물)
그나저나 주장에 대한 좀 더 긴 글을 읽고 싶어요… <3
한국 오시면 삼겹살 마구마구 드셔요! 저는 어차피 채식이나 육식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고민해서요. 흐흐흐. 그러니 별부담 없이 드시고 싶은 것은 와구와구 드셔야지요.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긴 해요. 생명, 차별, 죽음, 삶의 조건, 존재의 권리 등을 주장한다면 우리가 먹는 것을 어떻게 사유하고 어떻게 식습관을 바꿀 것이라는 측면이요. 그저 이런 고민을 말하고 싶은 거지, 육식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하고 싶지 않달까요… 흐흐흐
그러고 보면, 채식을 안한다는건 종차별에 참여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어떤 동물은 내 마음에 드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죽이면 안되지만 어떤 동물은 별로 귀엽지 않고 예쁘지 않기 때문에 죽여서 살을 취해도 된다는 생각이나,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그래왔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나, 육식을 함으로 인해 종차별이라는 것에 맞서 싸우는게 아니라 오히려 참여하는게 된다는 점에서 루인님의 어그로 끌기용 문장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장인듯 해요. 사람차별은 안되지만 종차별은 된다면 이것은 차별을 차별하는게 되는건가요ㅋㅋㅋ
그쵸? 종차별의 이슈를 좀 집요하게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특히나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요. 특히나 육식은 안 되지만 채식은 괜찮다는 논리가 늘 제게는 납득이 안 되기 때문에 육식을 윤리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 식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가 고민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차별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랄까요.. 흐흐흐.
암튼 관계를 생각하는 폭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에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