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혐오자에게

혐오, 폭력, 그리고 범죄를 고민하면서, 점점 더 확신하는 점이 있다. 내가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 어떤 전선을 형성한다면, 그러니까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이로 인해 논쟁과 갈등을 야기하는 균열점이 어딘지를 살핀다면 이것은 결코 LGBT/퀴어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내가 계속해서 갈등하며 전선을 형성하는 집단은 LGBT/퀴어혐오자가 아니라(!) 도착, 비규범, 변태 혐오자다. 그러니까 그가 LGBT/퀴어건 아니건 상관없다. ‘동성애자는 도착이 아니다’,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다'(정신병이면 도대체 왜 안 되는데? 이 지독한 정신병 혐오 혹은 정신병을 적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퀴어도 이 사회의 정당한 시민이다'(그래서?)고 주장하며 알게 모르게 지배 규범적 문화 시민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나는 결코 화해할 수 없다. 도착, 비규범적 존재, 결코 시민으로 구성되지 못하거나 너무도 쉽게 범죄로 포섭되는 이들을 적대하는 태도, 나/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태도를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혹은 그리고 내가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이른바 ‘소수의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발화를 들었을 때라기보다 이른바 퀴어 이론을 배웠거나 공부했다고 하면서 도착을 적대하고 나/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사람의 발화를 들었을 때다. 나의 입장에선 그가 자신을 LGBT/퀴어의 어느 범주로 정체화한다고 해도 도착혐오자라면 ‘소수 보수 기독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8 thoughts on “도착혐오자에게

  1. 전 도착혐오자 말고 출발혐오자 할래요 (????)
    후후…

    오늘 Gender and Women’s Studeis 전공이 아닌 퀴어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모 교수님과 모 교수님과 3P를 하고 싶다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자기는 권력관계가 들어가있는 관계는 꺼려진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모 교수님이 본인 담당 교수님이라 더 그렇게 반응했었던 걸지도.

    좀 더 악착같이 변태여도 모자라는데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뀨우… 흥분의 대상이 무엇이든 흥분하면 어떱니까~ 후후

    근데 설명의 이해도나 편의를 위해서 가끔 가려지게 되는 것은 있는 것 같아요. 일전에 동성애를 허용하면 소아성애도 이상성애니까 같이 포함되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식의 논리를 들고온 동성애자 당사자가 있었어요. 본인이 논리가 부족하니까 설명해달라는 식이었는데, 그 때는 권력구조의 문제를 들어서 설명하긴 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제가 변태로 변태해버렸더니 정도의 차이일뿐 우린 그냥 다 변태더라고요. 성적인 변태 말고도 뭔가 집착하게 되거나 프로이트의 말을 빌면 카텍시스가 여기 저기 덕지덕지 생기는 꼴을 보아하니…

    그냥 얼른 누드사진전을 열어야 되겠군요!

    1. 출발혐오자는 뭔가요???

      흔히 말하는 소아성애나 세대간의사랑, 이상성애 등이 LGBT와 차이는 별로 없어요. 권력구조의 문제를 들면 사실 더 복잡해지고 더더욱 차이가 줄어들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구분하려는 태도 자체가 저는 더 문제라고 판단해요. 사유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자꾸만 구분짓기만 하는 태도라니..
      심지어 미쿡 동성애 운동에선 1990년대 초반까지도 세대간의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단체가 미국 최대 동성애자단체의 구성원이기도 했다는 걸 도대체 왜 기억하지 않는건가 싶고요. 한국이야 역사 자체가 다르지만요. 크릉… 끄응…

    2. assimilationist politics를 한국어로 어찌 번역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너와 다른 나이기에 온전하게 스스로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에 힘을 얻는 거겠죠… 이것이 이성애주의적 사고의 밑바탕이구요.

    3. 그나저나.. 기다리시는 답장은…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정신을 좀 차리면… 죄송해요. ㅠㅠㅠ

    4. 천천히 보내주셔도 좋아요!

      근데 최근에 새로운 아이디어 / 현상을 표현하는 새로운 표현법들을 많이 찾아내였어요. 루인 님께서 주신 오찬호 님의 책을 읽으면서 말이에요! 🙂

      p.s.
      기말이네요. 흑흑…

    5. 뭔가 계속해서 자극을 받고 고민의 방향이 다양해진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

      기말 무사히!

  2. 아마 진오님께서 말한 ‘출발 혐오자’는 ‘도착’의 반대가
    ‘출발’이라는 말을 빗댄 언어유희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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