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그러니까 애초 계획은 이렇지 않았다. 요즘 백화점 세일 기간이니까 바지나 치마 혹은 티를 6만 원선에서 사고 남은 돈으론 (더페이스샵의) 화장품이랑 등등을 살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백화점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이 세일기간이니까 억지로 몸을 끌고 나섰다. 한 일주일을 미루다가 드디어(!) 실행한 것이다.

대충 한 달 쯤 전, 백화점 상품권이 생겼다. 앗싸! 라고 하겠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제일 좋아하는 선물? 하고 누가 물으면 현금!!! 이라고 답하는 편이다. 그건, 받는 사람이 직접 정한 것이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현금으로 준다면 책을 살 수도 있고 음악CD를 살 수도 있고 당장 생활비가 문제라면 생활비에 보탤 수도 있고.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화폐로 평가되는 사회기에 이렇게 ‘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취 생활을 오래하며 생긴 경제관념이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상품권을 선물 받았다. 그것도 문화 상품권이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

문화 상품권도 현금도 아닌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하는 사람은 루인의 생활패턴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인데 옷 사라고 현금을 주면 책을 산다는 것. (그리고 현재 루인에겐 정말로 책 살 자금이 필요하다. 흑흑) 그래서 상품권을 준 것이고 한 달여를 방치했다.

옷을 사고 싶은 몸이 별로 없었다. 다만 60% 이상만 사용하면 현금으로 주니까 그럴 계획으로 마지못해 갔다 랄까. 그런데…

그냥 루인이 좋아하는 매장에 갔다가, 오옷, 정말 맘에 드는 바지를 발견했다. 이뻐이뻐이뻐. 그래서 물었는데 이 매장은 노 세일 매장이라나. ㅠ_ㅠ 가격이 상품권보다 비쌌기에 그냥 다른 매장에서 본 옷을 고를까 하고 갔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다 그런 것 아니겠냐고. 흐흐. 하지만 좋아좋아. 좋으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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