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리카와 바람

01
밤에 자려고 누우면 리카가 떠오릅니다. 지난 겨울의 어떤 일 때문에…
어떤 집 고양이는 집사의 이불 속에 들어와 잔다던데 리카는 그런 적 없습니다. 늘 이불 언저리에서 잠들었습니다. 그게 아쉬워서 잠들 때면 리카를 억지로 껴안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카는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제가 꼭 붙잡았죠. 리카는 나가길 포기했고 전 한동안 붙잡고 있다가 놓아줬죠. 그럼 리카는 후다닥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리카는 제가 잘 준비를 하면 후다닥 도망쳤습니다. 저는 얼른 따라가선 구석에 숨은 리카를 억지로 끄집어 냈죠.
이런 밤을 보내던 어느날 리카에게 미안했습니다. 리카가 무척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 그래서 리카를 억지로 붙잡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전 중단했지만 리카는 습관처럼 우엥, 울면서 도망갔습니다. 전 따라가지 않았죠. 저 혼자 이불 속에 들어갔죠. 한참 후 리카는 뭔가 겸연쩍은 듯 구석에서 나왔습니다. 그땐 여기까지만 고민했는데…
제가 따라가지 않았던 그때, 리카 혼자 도망가서 숨어 있던 그 시간, 리카는 나를 기다리진 않았을까? 자신을 잡으러 올 나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짦은 시간이나마 쓸쓸하지 않았을까?
그 쓸쓸함을 떠올리는 날입니다.
02
지난 여름 바람과 난 따로 잤다. 날이 더웠는지 바람은 늘 바닥에서 뒹굴었다. 가을이 오고 날이 쌀쌀하니 바람이 매트리스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새벽에 잠깐 눈을 뜨면 바람이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식빵을 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 그 자리… 리카가 머물던 자리다. 리카는 이불 속에서 잠들지 않고 언제나 내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식빵을 구우며 잠을 잤다. 리카가 머물던 그 자리에 이제 바람이 있다.
아… 이불을 같이 덮고 자는 고양이는 내가 바랄 수 없는 로망인가… 흐흐.

잡담

01

자잘한 잡담을 할 여력 혹은 힘이 없을 정도로 그렇고 그런 나날입니다. 후유…
02
지난 주에 극장에 가서 [블라인드]를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빼는 게 좋겠다 싶어요. 불필요한 장면이죠. 영화 읽기는… 생략… 올 들어 영화 읽기 글을 거의 안 쓰고 있습니다.
03
소설 [트와일라잇]을 읽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두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의 관계는 특히 재밌습니다. 에드워드는 벨라의 피 냄새를 계기로 벨라를 좋아합니다. 이럴 때 둘의 관계는 규범적 이성애 관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 물론 규범적 이성애 관계라고 해도 피 냄새를 계기로 좋아할 수도 있지만요. 크크.
04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걱정입니다. 사나흘 정도 바람을 혼자 둬야 하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태산이네요. 본가에 안 가는 방법도 없고.. 에휴…
05
잊어가는 듯 잊지 못 하고 리카를 떠올립니다. 뭐, 어쩌겠어요. 그냥 그런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