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치다

주말 이틀 낮잠을 잤다. 낮이 아니면 저녁잠이라도 잤다. 푹 쉬었다고 느꼈는데 아니었나보다. 월요일 내내 졸렸다. 알바를 하다가 깜빡 졸기도 했다. 간신히 알바를 끝내고 집에 와서 수업 준비를 했다. 수업 준비를 하는데 정신을 차리니 몇 십 분 정도 잤다는 걸 깨달았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계속 피곤했다. 피곤이 미토콘드리아에까지 축적된 느낌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잔뜩 있어 잠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잠을 줄이기는커녕 잠을 보충해야 하는 상태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이렇게는 살 수 없지 않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이번 생을 유지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은 가급적 다 하고 싶다. 그래서 늘 과한 욕심을 낸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 뭔가 조절이 필요하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조절하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지내리라. 그리고 이후 몇 개월 아니 몇 년은 자책하리라.
욕심이 과했다. 욕심이 과했다. 내가 어리석다.
웹툰 <미생>에 재밌는 장면이 있다. 새로운 사업을 어떤 곳에 제안했는데 ‘귀찮아’ 한 마디로 거절하더라는 내용이다(http://goo.gl/0MxLO). ‘귀찮아’ 이 한 마디로 거절할 수 있고 생활 방식을 조율할 수 있는 삶. 부럽다. 나는 내가 욕심내는 일은 일단 다 하려고 한다. 그래서 때론 과도한 일정에 시달린다. 나보다 바쁘게 사는 사람이 더 많다고,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그래서 별 것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다보면 그 어느 일도 제대로 못 하고 흐지부지하기 마련이다.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귀찮아’ 한 마디로 거절하진 못 한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그 모든 일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뭔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지금 일정에 조절이 필요하다.
잠을 뒤척였다.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기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자리에 누우면 바로 잠드는 편이라, 뒤척이는 일은 드물다.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며 이후 삶을 계획했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렸다. 잘 한 거겠지? 아니, 그 결정을 잘 매듭지어야 잘 한 결정이 된다. 매듭을 잘못 지으면 안 하니만 못 한 결정이 된다. 주말이 되면 뭔가 확정이 나 있겠지. 정말 원했던 일인데… 알바 시간을 늘이는 게 아니었다… 늘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또 다시 중얼거린다. ‘공부는 부르주아나 하는 거야’라고. 괜히 또 이렇게 중얼거린다.
수잔 스트라이커의 자서전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