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며칠 전 “납과 복숭아”를 봤다. 티케팅 시작에 맞춰서 바로 구매했는데, 구매하며 다른 날짜에 하나 더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관뒀다. 그리고 금새 매진되었는데… 진짜 재밌었다. 퀴어 호러 로맨스… 암튼 공연 내내 깔깔 웃었고 또 슬펐다. 코미디라 할 수 있지만 퀴어 ‘여성’의 정신병적 상태를 놓치지 않았고, 그렇지만 무리하지 않았다. 관계의 전형성이나 규범성을 만들지 않으면서, 그 관계의 내용을 설득력 있게 조직했다. 그리하여 공연 시간 내내 유쾌했고 아팠지만 그래서 또 즐거웠다. 공연이 끝나고 피디님을 만나자 첫 질문이 혹시나 남은 티켔과 재공연 여부였는데… 이 공연은 최소 석 달 장기(연극 문외한은 연극에서 장기가 얼마나 되는 기간인지 모름) 공연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공연의 스토리가 좋았고, 믿을 수 있는 배우의 연기가 탁월했고, 포크 역의 연주와 노래가 좋았고, 내용과 음악 사이의 어울림과 어긋남의 조율이 좋았으며, 전반적인 진행과 소품 사용, 무대 사용이 좋았다. 동일한 배우와 팀원으로 꼭 재공연하기를!!
ㄴ
며칠 전 한 학술대회 토론자로 참가했는데, 발표자의 발표를 들으며 나도 얼른 논문 완성해서 투고해야지라는 고민을 했다. 어휴, 어쩌자고 70% 정도 완성한 원고만 20편인데 이걸로 씨간장 만들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아이디어만 던지고 완성을 하지 않네. 공부노동자는 결국 논문 출판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는데 너무나도 게으르고나. 뭐, 좀 게을러도 좋지만 그래도 너무 게을러서 이제는 큰 일이다. 암튼 그 행사는 구성이 상당히 좋았고 배울 것이 많았는데, 그 중 오혜진 선생의 김비 작가 관련 발표에서, 자서전에서 계속해서 과거의 말을 뒤집고 새롭게 말하는 것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퀴어 서사, 트랜스 서사의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ㄷ
다큐 <울파의 딸들>을 얼마 전에 봤다. 와… 이것은 그냥 퀴어거나 페미니스트라면, 섹슈얼러티의 억압 구조에 대한 공부노동자라면, 종교와 성적 억압에 관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람했으면 좋겠다. 정말 심란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상영 시간이 나온다면 무조건 꼭 관람하기를. 영화 <콘클라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