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관련 잡담: 쉼터, 구글 페이지, 강좌, 원고

어제 비염이 터졌다. 비염이 터지면 온 몸이 아프다. 뼈마디가 쑤신달까. 물론 두통과 호흡곤란은 기본이고. 그래서 오늘, 비염의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났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아울러 죽염으로 코세척을 하면서 그나마 증상이 약해졌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 암튼…
ㄱ.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돈이 좀 왕창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길, 만나는 사람들과 하고 있다. 요상하게도 요즘 사람을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얘길 꺼낸다. 그리고 이런 얘길 주고 받는 사람 모두, 로또를 안 사는 사람들이다. 흐. ;;
돈이 왕창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 자기 살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활동을 하면서 속상하고 답답한 일이 너무 많고 그 중 일부는 돈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거나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LGBT 쉼터를 만드는 일. mtf를 위한 차밍스쿨을 만드는 일. (여담으로 부치를 위한 차밍스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정작 부치들은 등록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에 모두 수긍했다나 어쨌다나.. 크크.;;) 공간이 없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에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일. 그리고 또 많은 일들.
어제 속상하고 몸이 무거워지는 얘길 직접 들었다(대충 얼버무린 문장이다). 내 집을 공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이지 트랜스젠더가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있길 간절하게 바랐다. 집이 곧 가장 끔찍한 공간인 상황에서 어디 나갈 곳도 없는 상황일 때 트랜스젠더(혹은 퀴어는)는 어디로 가야 할까?
물론 나의 바람은 무력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한다. 혹시 LGBT 쉼터를 만들기 위해(뭔가 큰 집이나 건물일 필요도 없습니다, 방이 두어 칸인 공간이어도 충분할 겁니다) 뜻이 있는 분들은 저 말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www.kscrc.org)에 얘기해주시길… 응? 물론 이건 KSCRC와 무관한, 저의 일방적 제안입니다. 흐흐. 하지만 저보다는 KSCRC가 더 신뢰할 수 있잖아요. 🙂
ㄴ.
구글 플러스에 페이지가 생겼다. 기업이나 브랜드 홍보용 SNS라고 이해하면 좋을까?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나로선 약간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서비스다.
첨엔 나와 무관하겠거니 했는데 활용을 잘 하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퀴어 이슈와 관련한 글(국내외 뉴스 클리핑, 논문 소개, 역사 소개 등)만 발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달까. 관건은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또 다른 관건은 Google+가 지속될 서비스일까?)
…라고 말하고선 결국 페이지 개설은 했다.;;;
(https://www.runtoruin.com/1893 참고…;; 2011.11.11. 추가)
ㄷ.
혼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나란 인간, 혼자만 진행하면 언제나 그렇듯, 마감이 무한정 늘어난다. 그래서 강좌를 하나 개설해볼까,라는 상상을 했다. 거창하게 <루인 아카데미>까지는 아니지만, 대충 그런 거.;;; 주제는 ‘젠더 개념의 역사: 트랜스젠더리즘과 페미니즘의 분쟁을 중심으로’ 정도. 분량은 4~5강 정도.
혼자서 막 재밌겠다고 흥분했는데, 접었다. 나의 귀차니즘을 극복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강생이 몇 명 안 될 거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관심을 보일 사람은 적잖아 있겠지만 실제 수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
ㄹ.
이태원과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모색한 글, “캠프 트랜스”를 출판할 가능성이 1%로 늘어났다. 이전까진 0%였으니 엄청난 상승. 확정은 아니고 투고할 수 있는 매체가 생겼다. 투고까지 하면 출판 가능성이 2%가 된다. 그 다음부터는 진인사대천명. 11월 내내 원고 수정해야지.
ㅁ.
어쩌면 전 과도하게 낙관적이고 희망찬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비염엔 코세척인가..: 죽염을 희석한 물로 코 세척하기

지난 4월 말부터 5월까지 비염을 독하게 앓았다. 동거묘 털갈이 시기, 봄부터 가을까지 비염 앓는 시기가 겹치면서 눈을 뜰 수 없는 상태였다. 5월 초 즈음엔 비염 관련 글을 여러 편 쓰기도 했다. 그땐 온 종일 비염만 떠올렸다.

기존의 약으론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여서 비염에 좋다는 유근피를 먹기도 했다. 유근피 사용 후기를 찾아보면, 유근피 이틀 마시고 코가 뻥! 뚫렸다는 글이 여럿 나온다. 두드러진 몇 명의 경험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이 비슷한 효과를 보고했다. 어떤 사람은 이제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다는 후기를 적었다. 난 그 후기를 믿기로 했다. 처음 며칠, 효과가 없었다. 그 당시 비염이 매우 지독했기에 유근피가 그나마 그 정도로 잡아주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보름 정도 마셔도(복용해도?) 효과가 없었다. 내겐 유근피가 효과가 없다는 결론. (아… 돈 아까워.. ㅠㅠ)
유근피를 보름 정도 사용하며 효과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을 때, 죽염을 희석한 소금물로 코를 세척하기 시작했다. 효능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심리적 효과(플라시보 효과)라도 좋으니 어떤 효과가 있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코를 세척하는 그 오묘한 느낌이 좋았고, 뭔가 씻어낸다는 느낌이 있어 코 세척을 지속했다.
처음엔 소금물 농도를 연하게 했다. 첫날 진하게 했다가 너무 괴로웠기에 코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했달까. 코세척을 시작하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비염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지독한 비염이 진정된 건 소금물 세척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작년에도 한 달 정도 비염을 심하게 앓다가 진정되었으니까. 소금물 세척 효과를 확인한 건, 얼추 일주일 전 비염이 터졌을 때다. 비염이 심하게 터질 때처럼 코 상태가 안 좋았다. 코 세척을 하고 약을 먹었지만 터질 때는 터지기 마련ㅠㅠ(비염이 터지려면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는 ;ㅅ; ) 그런데 평소와 상태가 좀 달랐다. 비염이 터지고 기침을 심하게 했지만 콧물이 나오는 정도가 상당히 약했다. 아울러 이전보다 빨리 진정되었다. 세척을 하기 전엔 12시간 이상을 지속했기에 잠이 들어야만 멈출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대여섯 시간 정도 지나자 진정되었다. 오호랏. 이후 소금물 농도를 좀 더 진하게 해서 코세척을 하고 있다. 흐흐.
찾아보니 왕소금을 희석한 물로 코세척하고선 비염이 사라졌다는 경험담이 있더라. 아울러 축농증 수술이나 비염 수술을 받기 전에 의사가 코세척을 기본으로 권한다는 글도 있고… 맛소금을 희석한 물만 아니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맛소금도 효과가 있으려나..;;;
사람마다 제 몸에 적절한 처방이 있으니 누군가에게 권할 순 없지만 혹시나 싶어서…

사흘 연휴 잡담

01

지난 금요일 저녁 집에 들어와 오늘까지 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있습니다. 아, 약간 거짓말;; 택배 받으러 몇 발 나갔고, 오후 햇살 좋은 날 현관문 앞에 앉아 있기도 했으니 몇 발짝은 나갔네요. ;;;
02
자고 자고 또 잤습니다. 토요일엔 피곤해서 잤고 일요일엔 비염이 터져 잤습니다. 매일 아침 비염약을 먹으니 면역력이 떨어질 듯해서 호기롭게 일요일 아침엔 비염약을 걸렀습니다. 어김없이 터지네요.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 밤 9시부터 월요일 아침 5시까지 정말 잠만 잤습니다. 비염 후유증으로 지금 온 몸이 쑤셔요.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요. 털갈이 시기의 비염 말고, 일상적 비염이 터지면 다음날 온 몸이 쑤시긴 해요. 정말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아파요. 이렇게 잤지만 오늘 오전에도 또 잤습니다. 푹 자고 싶었으니 성공한 것인가요?
03
바람은 좀 안정을 찾았습니다. 계속 숨어지내다 슬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내일부터 저는 알바하러 만날 외출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이번주엔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지낼 예정입니다. 주말에 회의가 두 개 있으니 그 전엔 가급적 일찍 다니려고요. (과연?)
04
햇살 좋은 오후엔 현관문을 열어놓고 문밖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습니다. 리카가 떠나던 날 아침 꾼 꿈보다는 햇살이 약했지만, 묘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난데 없이 고양이가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편했습니다.
05
삭신은 쑤신데 러빙헛 신촌점에 파는 냉면이 먹고 싶어요.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시원하거나 차가운 음식이 먹고 싶어서요. 아니면 어디 맛있는 콩국수 없을까요?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살아 나고 있다는 뜻이니 다행입니다. 바람도 와구와구 잘 먹고 있고요.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네.. 물론 리카도 악화되기 직전까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갔지요. 바람의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통장잔고가 ㅠㅠㅠ 알바비 들어오면 그때 가려고요.
06
사흘 동안 얇은 소설 한 권과 700쪽이 넘는 소설 [렛미인](총 2권)을 읽었습니다. 영화 [렛미인](감독: 토마스 알프레스슨 / 헐리우드 리메이크작 아님)을 무척 좋아하기에 소설도 읽었습니다. 영화가 괜찮으면 원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소설이 더 재밌어요. 소설을 다 읽고 영화를 다시 접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별로라는 건 아니고요. 영화는 영화만의 특색을 잘 살렸습니다. (잠깐 검색했는데 영화가 더 좋다는 평도 있습니다. 흐흐. 전 영화에 빠진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둘 다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해요.)
작가가 의도한 티가 역력한데요. 퀴어 소설, 퀴어 영화로도 좋아요. 소설이 특히 만족스럽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기가 두렵기도 합니다. 종종 첫 번째 작품이 최고의 작품인 경우가 있으니까요.
07
아.. 정신이 헤롱헤롱. 내일 밖에 나갈 일이 걱정이네요. 세상이 매우 낯설겠죠.
08
아무려나 리카가 염려하지 않을 만큼, 질투하지도 않을 만큼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